[연예] 오디세이, 3천 년 된 이야기가 12억 달러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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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놀란 최고 흥행작으로…스크린의 크기까지 영화의 일부가 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호메로스의 3천 년 된 서사시를 들고 다시 극장가의 기록을 바꿨다.
지난 7월 17일 개봉한 《오디세이(The Odyssey)》는 개봉 한 달 만에 세계 흥행수입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AP통신이 16일 집계한 최신 수치로는 글로벌 누적 매출이 12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놀란 감독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맷 데이먼이 트로이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맡았다.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 샤를리즈 테론 등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흥행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배우들의 이름이나 제작비만이 아니다.
《오디세이》는 영화를 보는 장소와 방식 자체를 흥행 상품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초 ‘전편 IMAX 필름’ 장편영화
놀란과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오디세이》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IMAX에 따르면 장편 극영화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촬영에 사용된 필름은 210만 피트에 달했다.
기존 IMAX 카메라의 큰 문제였던 소음도 해결해야 했다. 제작진과 IMAX는 동시녹음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카메라와 방음장치를 개발했다.
영화를 위해 촬영장비까지 바꾼 셈이다.
개봉 첫 주말 결과는 놀라웠다. IMAX에서만 전 세계 5,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전체 개봉 매출의 20%가 IMAX에서 나왔다. 70mm IMAX 상영관의 스크린당 평균 수입은 약 15만3천 달러였다.
이후 《오디세이》는 IMAX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영화표를 구하려 AI까지 동원했다
흥행 과정에서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도 등장했다.
IMAX 70mm 상영관이 제한돼 있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좋은 좌석을 구하는 것 자체가 경쟁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관객들이 AI와 자동 알림 서비스를 이용해 취소표를 찾기 시작했다. 전국 IMAX 70mm 좌석을 추적해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고 수천 명이 이를 이용했다. 일부 상영관의 매진 행렬은 개봉 수주 뒤까지 이어졌다.
영화 산업으로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대에 영화관이 집보다 편리할 수는 없다. 놀란은 반대로 접근했다.
집에서 볼 수 없는 것을 극장에서 보여주면 관객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오디세이》는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70mm IMAX로 봤다’는 경험까지 소비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도 통한 ‘귀향’의 이야기
8월 14일 중국 개봉도 새로운 변수가 됐다.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 영화의 강세와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 감소가 뚜렷했지만 《오디세이》는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중국에서 《인터스텔라》, 《인셉션》, 《오펜하이머》 등으로 팬층을 확보한 놀란의 이름도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 고전인 《오디세이》가 중국 관객에게도 낯설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야기는 문화권을 넘어 이해할 수 있는 서사다.
신과 괴물, 전쟁이 등장하지만 결국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왕좌도 정복도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타카’가 된 작은 섬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영화 밖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곳도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서쪽의 작은 섬 파비냐나다. 《오디세이》의 주요 촬영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지면서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들의 관심이 커졌다.
영화 한 편이 지역의 관광산업과 부동산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 현상이다.
《반지의 제왕》 이후 뉴질랜드가 그랬고, 《왕좌의 게임》 이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가 그랬던 것처럼 《오디세이》 역시 촬영지를 새로운 여행 목적지로 만들고 있다.
놀란이 다시 증명한 극장의 생존법
《오디세이》의 12억 달러 흥행은 한 감독의 기록으로만 보기 어렵다.
영화 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사람들이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왜 극장에 가야 하는가.”
놀란의 답은 꽤 명확했다.
작은 화면으로 옮겼을 때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실제로 더 큰 화면을 찾아 움직였다.
3천 년 전 호메로스가 남긴 이야기가 2026년 세계에서 다시 통하는 이유도 어쩌면 같은 곳에 있다.
기술은 IMAX와 AI 시대까지 왔지만 사람이 기다리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멀리 떠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
그리고 긴 여행 끝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다시 찾아가는 것.
《오디세이》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이용해 가장 현대적인 영화 산업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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