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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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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네번째 스토리 – 자이온 국립공원, 유타 (4) 사람과사회
     앤젤스 랜딩에 오르다! (두번째 이야기) 동으로 가나 하면 곧 서로 향하고 서쪽인가 하면 북쪽을 향하면서 꼬불꼬불 돌아가는 길이 무려 아흔 아홉번이 있다고 한다. 내가 직접 확인 한 것이 아니니 알수는 없지만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십번 반복되는 핀헤드 스타일의 턴을 따라 걷다보면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조차 멀미가 날 듯하고 어지간한 계단식 오름길도 존재를 잊은 다리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듯 후둘거리기 시작한다.  길고 긴 오르막 여정의 오로지 보람은 돌고돌며 방향이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자이언의 풍광으로 그야말로 Breath Taking (숨 막힐 듯 하다는)이라는 단어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엔젤스 랜딩은 자이언캐년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감동적인 View Point로 1800미터정도의 높이에서 보는 전경은 정말 기절할만큼 황홀한 전경을 보여준다. 캐년의 전반적 경치는 Big Bend나 Weeping Rock근처에서 경험할 수 있지만 앤젤스랜딩의 정상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펼쳐진 전경이 가능해서 자이언캐년의 좁은 능선과 깊은 협곡을 한 눈에 볼수 있고 멀리 Kolob고원지대의 단면까지도 한 숨에 볼수 있다. 1926년에 완성됐다는 이 길고 오묘한 코스는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유약자, 임산부, 노년층들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5.4마일의 험한 길을 평소 체력과 그날의 날씨 상황에 따라 3시간-5시간 걸어야 하는 관계로 여름이면 새벽 첫 셔틀을 타고 일찍 출발해서 날이 뜨거워지기전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 상책이다. 반면 비성수인 늦가울부터 초봄까지는 산정상의 급강하 할 수 있는 날씨와 눈, 비바람 대처를 위한 준비도 필수다.   산 정상 날씨는 변덕이 심한 관계로 산 아래에서 맑았던 하늘이 위에서는 갑작스런 소낙비와 강풍, 천둥 번개가 올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매년 이 트레일에서 목숨을 잃는 방문객들도 다수 보고되고 있어서 2000년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7명이 실족 등으로 사망했다.   팬더믹 기간 동안 움츠렸던 사람들이 국립공원 개방과 함께 엄청나게 늘어났고 자이언파크 역시 연일 방문자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앤젤스랜딩 하이킹은 파크 안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코스라 2019년 통계에 의하면 자이언파크 연중 방문자 수가 4백오십만명에 앤젤스랜딩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천여명이 넘으며 성수기인 7월, 8월중엔 그 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최근에도 건장한 청년들의 실족사가 계속 보고 되면서 앤젤스랜딩 하이킹 코스의 안전문제는 계속 논란 중이며 유튜브에는 앤젤스랜딩 하이킹이 위험한 이유등을 설명하는 영상들도 간혹 눈에 뜨인다. 결국 하이커들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일 새벽에 추첨을 통해 방문자를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애초 하이커들 각자가 스스로 안전을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엔젤스랜딩을 올라가보자. 이곳을 가려면 셔틀버스가 서는 그로토(The Grotto)에서 약 5시간(4km) 이상을 하이킹해야 하는 그다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편이지만 정상 직전까지는 포장이 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유쾌하게 등정할 수 있다. 평상시 운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겐 느리고 긴 약간의 업힐길이 얼마나 고된것인지는 당사자 외엔 알수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상을 700~800미터쯤 남겨둔 지점부터는 장난이 아닐 정도로 경사가 급해진다. 급한 경사 못지 않게 힘든 것은, 한쪽으로 난 아찔한 낭떠러지입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울렁증이 일어나지않을 수 없다. 중간 중간 손잡이용 난간이 있지만, 고소공포증이있는 사람에겐 대략 난감이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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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네번째 스토리 – 자이온 국립공원, 유타 (3) 사람과사회
     앤젤스 랜딩에 오르다!   이민 온지 무려 47년차, 그동안 자이온 국립공원은 알고도 오고 모르고도 온 것을 다 합쳐 열 몇 번은 될 듯하다. 개인 차량이 온갖 곳을 다 갈 수 있었을 때는 정보 부족으로 싸인이 붙은 전망대 같은 곳에 서서 증명사진 박고 오는 정도 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몇 년 전부터는 셔틀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해서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대신 트레일을 공부하고 찾아 걷는 여유가 생겼다.  앤젤스 랜딩도 그 중 하나다. 다만 다른 트레일에 비해 코스가 다소 난해하고 소요 시간도 사뭇 길어서 하루 이틀 머무는 일정에서는 늘 제외되곤 했다.   그러다 몇 년 전, 아들 내외와 함께 서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다른 곳들을 과감히 포기하며 마음먹고 앤젤스 랜딩을 포함시켰다! 몸이 좀 더 젊고 튼튼했을 진작에 작정했어야만 했다.  앤젤스 랜딩은 내로우 크릭과 더불어 자이언 국립공원의 시그니처 포인트라 할 만큼 아름답고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1488피트(454미터)높이의 거대한 바위산으로 앤젤스 랜딩이라고 불리우는 최정상은 해발 5790피트(1760미터)에 이르며 절벽과 계곡 곳곳에 푸른 나무들이 자란다. 엔젤스랜딩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유래는 1916년 탐험가 Frederick Fisher가 엔잴스 랜딩을 오르던 중에 느꼈던 생각을  "Only an angle could land on it"이라고 표현하면서 사용되어졌다는데 높은 정상의 빼어난 경관을 보면 과연 하늘의 천사들이 내려앉는 곳이라 할 만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랴!  The Grotto라는 여섯번째 셔틀 스톱에서 앤젤스 랜딩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하면 개울을 건널 다리를 지나게 된다. 그곳은 여러 갈래의 트레일이 연결되는 지점으로 어퍼에머럴드, 미들에머럴드, 로우에머럴드 트레일로 연결된다. 이 세 트레일은 제각각의 방향으로 뻗어가는 듯 하지만 결국엔 에머럴드라는 호수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높낮이 길로 여러곳의 하이킹 코스가 연결된다. 이 세 곳 모두 강추한다.   앤젤스 랜딩은 바위산 아래에서부터 완만한 언덕길로 시작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파르거나 완만하기도 한 계단길이 나타나고 지그재그길이 계속 되면서 꾸준히 그 산을 오르는 형국으로 이어진다. 여름날이면 하루에도 수 천명씩 오르는 이 트레일은 모든 인생길이, 모든 여행길이 그러하듯,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뛰어난 결과물이겠지만 하이킹 하는 동안의 과정이 더욱 귀한 곳이 아닐 수 없다. This is a hike where it is more about the journey than the destination.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안내판에 소개된 대로 꼬불꼬불 전환점이 무려 아흔 아홉번이 있다 할 만큼 핀헤드 스타일의 턴이 많으며 방향이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풍광은 그야말로 Breath Taking 이라는 단어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1926년에 완성됐다는 이 길고 오묘한 코스는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유약자, 임산부, 노년층들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5.4마일의 험한 길을 체력과 그날의 날씨 상황에 따라 3시간-5시간 걸어야 하는 관계로 아침 첫 셔틀을 타고 일찍 출발해서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 좋다. 산 정상 날씨는 변덕이 심한 관계로 산 아래에서 맑았던 하늘이 위에서는 갑작스런 소낙비와 강풍, 천둥 번개가 올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매년 이 트레일에서 목숨을 잃는 방문객들도 다수 보고되고 있어서 지금까지 무려 17명이 실족 등으로 사망했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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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네번째 스토리 – 자이온 국립공원, 유타 (2) 사람과사회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통해 내로우 크릭 하이킹까지 마치고 우리는 젖은 신발, 젖은 옷차림새로 돌아섰다. 이나이 먹도록 사라지지 않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체력의 한계를 이유로 접어내는 일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지만 동행자에게 이보다 더 폐를 끼칠수는 없는 관계로 아쉽게 돌아선거다.  아직 당뇨병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의사 말이 조심하라 했으니 조심 할 밖에. 템플 오브 시나와바에서 백팩에 담아온 아직 차가운 오이와 귤, 땅콩버터와 잼을 바른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다시 트램을 타고 한 정거장 내려왔다. 빅 벤드다. 빅 벤드 스탑은 위핑 롹 이라는 곳으로 가기 쉬운 정거장인데 위핑 롹은 일시 폐쇄 중이다. 일단 내려서 반대편 풍광을 살폈다. 자이온 파크는 어디에 서서 어느 쪽을 바라보든지 백점 만점에 백이십점을 줄수 밖에 없다.  빅 밴드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멀고 가깝게 산들이 줄지었고 높다란 붉은 산 들 사이에 보이는 푸른 하늘은 언제 보아도 만족스럽다.  위핑롹은 자이온에 있는 많은 트레일 중에 제일 짧고 수월한 거리여서 많은 방문객이 오고 가는 곳이다. 커다란 바위에 움푹 파인 형세인데 바위 높은 곳에서 부터 줄줄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사람이 울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이라 아마도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위핑 롹(Weeping Rock), 우는 바위다. 한 여름 더울때 움푹 파인 바위, 그 아래 서면 흩뿌려지는 차가운 물줄기를 통해 뼛속까지 시원해 진다. 땀인지 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축축함이 얼굴에 닿으면 묘한 상쾌함을 경험하곤 했는데 이번엔 공사 관계로 폐쇄됬단다. 그 또한 아쉬움이다.  위핑롹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하이킹을 계속하면 그 뒤로 경사진 트레일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자이온에 올라왔지만 이 트레일은 보기만 해도 겁이 덜컥 나는 경사길들이라 나의 심장과 폐활량, 찾아볼수 없는 근육량으로는 꿈에도 도전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내 표지판을 살펴보니 내가 등지고 서 있는 반대편 넙대대한 바위 꼭대기가 바로 엔젤스 랜딩이란다. 앤젤스 랜딩에 관한 추억은 뿌듯함과 만족, 죽고 싶을만큼 힘들었던 괴로움, 녹아버릴듯한 뜨거움 등이 교차하는 내 인생에서 몇 안되는 묘한 기억이며 동시에 죽기전에 반드시 다시 올라가보고 싶은 트레일 이다. 지난번 방문때 경험한 앤젤스 랜딩 하이킹 후기는 이제부터 써볼 작정이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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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네번째 스토리 – 자이온 국립공원, 유타 (1) 사람과사회
      자이온 국립공원은 라스베가스에서 약 2시간 40여분 동북쪽에 위치한다. 인근에서 가장 큰 시내라고 할 수 있는 세인트 조지에서 15번프리웨이를 따라 가다가 9번으로 빠져 동쪽으로 43마일 거리에 있고 유타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으로, 매년 전세계에서 평균 450만 명의 방문객이 한다. 이 공원은 남쪽 끝에 있는 자이온 캐년을 중심으로 세월과 함께 버진 리버가 만들어낸 멋진 모놀리스 바위와 침식된 협곡 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벌써 십여차례 돌아다닌 서부 여행이지만 그때 마다 베가스에서 후버 댐,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그랜드 캐년을 한꺼번에 찾았다. 그러나 이번엔 모두 생략하고 자이온캐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그만큼 자이언캐년은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수년 전 아들 내외와 함께 서부여행 중에 이곳을 방문했을 떄 기억이 또렸하다. 당시 첫아기를 임신한 며늘아이와 함께 였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언제 또 같이 오랴 싶어서 무리했던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고맙게도 며늘아이는 입덧이 심했음에도 잘 버텨주었고 지금도 그 떄 이야기를 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고생한 만큼 추억이 되기도 한다.  베가스에서 밸리 오브 파이어를 거쳐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15번을 거쳐 9번을 접어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와졌다. 브라이스캐년이나 그랜드 캐년의 붉은 암벽들과는 다르게 온통 초록으로 가득했다. 9번길은 이 지역의 젖줄인 버진리버를 따라 이어진다.  물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긴밀한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만큼 버진리버 주변으로 사람들의 흔적이 이어지고 울창하고 푸른 나무숲도 계속 된다. 멀리 보이는 붉거나 희거나 잿빛인 암벽들 틈새로 푸르게 피어난 나무들이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탄성이 절로 난다.    여기저기 차를 세우고 싶었지만 노을 전에 숙소가 있는 스프링대일에 도착해야 겠기에 참고 또 참았다. 루프탑을 제끼고 모자위로 머플러를 둘러싼 채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연신 풍광을 찍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볼 떄 마다 주변 친구들 얼굴이, 동료들과 가족들 얼굴이 떠오른다. 이렇게 좋은곳을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감탄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감사할 수 있다면 두고 두고 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것 같아서다. 그러다 옆을 보니 동행이 있다. 이번엔 지금 없는 사람들 빼고 우리 둘이서 그런 시간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조금 미안했고 이번에도 예외없이 도가 넘은 오지랍이라 자책했다.  그러고 보니 자이언캐년을 9번 길로 온 경우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 이 길로 집에 돌아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말이다. 어쩐지 처음 와 본 길 인양 새롭고 신기했다. 늘 다니던 길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로 돌아오는가에 따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 이번 자이온 캐년 여행은 마치 처음 하는 여행인 양 설레인다.   하얗던 태양이 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자이언국립공원의 남쪽 입구인 스프링대일에 도착했다. 숙소도 그곳에 잡았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숙소 가격에 비하면 좀 높은 가격이었지만 팬더믹의 위험을 생각해서 어느정도 규모 있는 곳을 찾다보니 결국 이 곳을 찾게 됐다. 그리고 곧 우리는 몇 십불 더 지불한 만큼 톡톡히 좋은 풍광을 즐기게 됐음에 완전 만족했다. 숙소는 만족스러웠다. 오래전에 지어진 곳이어서인지 방도 널찍했고 앞뒤로 출입구가 있어서 상쾌한 바람을 종일 즐길 수 있었으며 몇 십 걸음만 걸으면 버진 리버 물가로 나가 앉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숙소 사무실과 연결돼있는 레스토랑이 좋았다. 체크인 하는 동안 나는 레스토랑 메뉴를 확인하러 리셉션 에리어를 기웃거리다가 홀을 가로질러 반대편 창가 쪽에 금빛 햇살을 발견하고 따라나섰다. 와우. 저무는 햇살이 잔디 저편에 서있는 바위의 꼭대기를 비추며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한동안 서서 꼼짝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오늘 길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길 정말 잘했다.  다른 곳은 알아볼 필요도 없이 식사예약을 하고 서둘러 방을 찾아 짐을 풀고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 햇살이 약간 떠나긴 했지만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앉게 됐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사진부터 찍었다. 청량했다. 여행의 참 맛이 이거구나!  내일 부터 시작해야 할 하이킹을 염려해서 간단하게 먹고자 했다. 역사가 깊은 이 레스토랑은 부부가 운영하면서 메뉴도 직접 관리한다고 웨이터가 알려준다. 친근감이 들었다. 이곳에서 며칠 묵으며 자이온캐년을 돌아다닐 생각에 우리들의 이야기는 깊어졌고 어느덧 황금 햇살대신 코발트 빛 어둠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으로 작은 전구들이 켜졌다. 멀찌감치 사슴 가족들이 저녁먹으러 나와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걷는다. 사람들의 들뜬 이야기 소리도 어둠과 함께 잦아들었고 우린 숙소로 돌아와 내일 스케쥴을 확인하기로 했다.  자이온 캐년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경관으로는 자이온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2,200피트 높이의 그레이트 화이트 트론, 코트 오브 패트리아크, 앤젤스 랜딩, 그리고 공원의 남쪽입구를 파수꾼처럼 지키고 서있는 웅장한 바위벽, 워치맨을 들 수 있다. 또 반드시 거쳐야 할 하이킹 코스 세 곳을 들라하면 어퍼, 미들, 혹은 로우어로 구분되는 에머럴드 풀 트레일이 있고, 가장 짧은 코스인 위핑롹 트레일, 그리고 뺴놓을 수 없는 리버사이드 트레일이 있다. 리버사이드 트레일은 자이온 캐년에서 가장 유명한 내로우 트레일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자이언 캐년을 2000년도 이전에 방문 했을 때는  차로 직접 운전하며 공원 전체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2000년 5월부터 성수기 동안 6.5마일의 자이온 캐년 시닉 드라이브의 차량입장을 금지하게 됐고 방문객 수송을 위해 셔틀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셔틀은  남쪽 입구가  있는 스프링데일 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것은  1970 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노력의 결과였다.  좁은 협곡을 따라 만들어진 시닉 드라이브는 넘쳐나는 차량으로 혼잡해졌고 400여대 주차공간으로 하루 수천명의 방문객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한 방문객들 사이의 주차전쟁과 자연공간까지 침범하는 불법 주차는 자연 환경을 침해했고 방문자들 서로를 불쾌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계획한지 30여년 만에 완성된 셔틀 시스템은 차량 혼잡 문제를 시정했고 방문객들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공원 방문의 자연에 대한 악영향을 충분히 완화시켰을 뿐더러 성수기 기간동안 공원 내 공해와 소음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자이온 캐년  방문은 팬더믹 제한이 여전하던 5월 중순이었다. 아직 성수기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셔틀이 운행 중이었고 내일 셔틀 타는 허가증을 받으려면 오늘 5시 이후에 온라인 예약을 해야했다. 만약 예약을 하지 못 할 경우, 6.5마일의 시닉 드라이브를 걷거나 배우다 포기한  자전거를 타야만 한다. 다행이 예약이 됐다. 그러나 새벽 이른 시간은 불가능 해서 아침 9시 출발하는 셔틀이다. 하이킹은 새벽부터 시작해야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데 어쩌랴.   다음 날 일찍 일어나 하이킹 때 필요한 간식을 장만했다. 오이와 포도, 귤, 피넛버터와 젤리 샌드위치, 사탕 몇 알, 물 2병씩 각각의 백팩에 나눠 담았다. 오늘 스케쥴은 셔틀을 타고 제일 먼 곳인 템블오브 시나와바에서 내려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하이킹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한 방문객들로 몇 백미터 떨어진 입구까지 차량 체증이 심했다.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 젊은 이들은 내로우 오브 버진리버 트레일을 일부라도 하이킹한다. 이 트레일은 약 9.5마일로 왕복 19마일이며 말 그대로 물을 건너 계곡을 지나 하염없이 걸어야 한다. 계절에 따라 또 장소에 따라 물의 깊이가 사람 키를 넘기도 하고 때론 발목에 찰랑거리기도 하면서 꼬불꼬불 자갈과 흙길을 걷게 된다. 협곡의 폭은 수 십 미터일 경우도 있고 곳에 따라 양손을 펼치면 맞닿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번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따라 내로우 협곡을 찾았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19마일 왕복을 시도 해본적은 없다. 마음은 원이로되 우리 체력, 아니 내 체력으로 이틀정도는  캠프 아웃해야 할 듯해서 마음먹지 못한 채 자꾸 나이만 먹었다. 젊은이들은 당일로 혹은 며칠씩 작정하고 더 멀리 하이킹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비해 더 젊어지지 않은 나는 젊은이들과 어울려 처음 몇 백 미터를 걷다가 발목이 잘려 나가는 듯 차가운 물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아쉽게 포기했다. 애초 계획한 바 없으니... 위로 하면서 말이다.  왕복 일 킬로 정도 걸었을까?   내로우 협곡 하이킹을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살폈다.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저마다 낚시할 때 입는 오버롤 방수복과 독특하게 생긴 신발, 그리고 나무막대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나인지라, 그들에게 물어보니 스프링대일 근처 스토어나 자이온 캐년 비지터 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공 되지 않았던 것인데 새로운 정보다. 방수복과 방수신이 차가운 물에서 몸을 보호하고 나무 막대기 역시 물속 자갈길의 깊이를 측정하며 안전하게 걸어 갈 수 있는 도구가 되겠다. 앞으로 내겐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다음번을 기약했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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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세번째 스토리 –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 네바다 주 사람과사회
      네바다주, 레드 록 캐년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인 밸리 오브 파이어로 향했다. 북쪽방향15번 프리웨이로 가기 위해서는 라스베가스를 다시 지나야한다. 멀리 황금빛 번쩍이는 호텔들 중에는 전 대통령인 트럼프 소유의 호텔도 우뚝 서 그 사치함을 더 한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호텔 트럼프는 호텔 전 지역 금연은 물론, 베가스 길거리 웬만한 편의점에도 몇대씩 흔하게 놓여있는 도박 게임머신이 단 한 대도 없다. 베가스 호텔에 카지노를 만들지 않은 건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고급스런 로비를 시작으로 150-200여불 정도의 일반 호텔룸에서 부터 하루 숙박이 1,500여불이 넘는3천스퀘어 피트 크기의 3베드룸 펜트하우스 등, 완전히 최고급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만을 제공한다.  베가스에서 15번 프리웨이를 따라  30여분 정도 후 모아파 파이우트 트레블 플라자의 오른쪽 출구인 밸리 오브 파이어 하이웨이로 들어서면 약 15마일 정도를 지나면서 주변 산세가 점점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불 타는 듯 벌건 아즈텍 사암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이어진다. 곳이어  Valley of Fire State Park 이라는 싸인이 크게 나오니 거기서 증명 사진 한 장 정도 남기는게 좋겠다.  구비 구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하이웨이를 달리며 그때 마다 펼쳐지는 황홀감은 이루 말할 수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태양이 정점을 약간 비껴난 시각이라 길다랗게 드러누은 햇살이 연출하는 오묘한 풍광은 아니었지만 머리 위에서 부터 쏟아져 내리는 태양아래 숨이 턱 막힐 듯 붉고 붉은 풍광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이 신비로왔다. 8년전에도 한나절 시간만 보내게 되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더 짧은 시간만 있게 됐다. 벌써 아쉽다.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 공원, “불의 계곡”의 역사는 이러하다.  1920년대경 애로우헤드 트레일 형성 불의 계곡은 회색과 황갈색 석회암 산에 자리 잡은 밝게 붉은 아즈텍 사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암은 쥬라기 시대부터 나온 것이라하며, 내륙의 바다가 가라앉으면서 땅이 솟아오르는 바람에 드러난 모래가 암석화 된것이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초기 인간들은 11,000년 전에 지금의  네바다 남부에 정착한 것으로 짐작되며 인류의 흔적은 약 2,500년 전 경, “바스켓메이커” 문화에 의해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이고(사진참조), 훗날엔  초기 푸에블로 문화가 뒤따랐다고 한다. 1865년 몰몬계 백인들이 모아파 계곡 남쪽 끝에 있는 인근 세인트 토마스에 정착했을 때, 파이우트족은 이 지역에 살고 있었다. 농사, 목장, 광업등이 이 곳을 따라 흐르는 좁은 물 줄기를 따라 형성 됐다.1930년경 에 불의 계곡 이름이 붙어져 191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애로우헤드 트레일이 이 지역을 관통하면서 울통불퉁 험준한 도로가 건설되었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서 그때부터 일반 사람들도 불의 계곡으로 알려진 이 지역을 알아가게 되었다. 1920 년대 어느날 해 질 무렵 이 계곡을 보게 된  AAA 여행 관계자에 의해 “Valley of Fire”라는 탄성이 나왔고 그 후 이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계곡 전체가 불에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그의 설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곡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들이 점점 드러나며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자라났고 결국 약 8,500 에이커 크기의 연방 소유 땅이 네바다 주 소유의  Valley of Fire라고 불리우게 됐다.1933년 시빌 컨서베이션 콥이 건립한 최초의 캐빈 공원에 첫 시설과 캠핑장이 건설 되기 시작한 때는 1933년으로 1934년 부활절 일요일에, 네바다 최초의 주립 공원으로 공식 개장했다. 그러나 이 공원은 1935년에 정식 단체창립이 완료될때까지  네바다 주정부 차원의  법적 지정을 받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 이 공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려 40,000에이커가 넘는 다양한 형태와 색상, 질감이 공존하는 주립공원으로 성장했다.봄과 가을이 방문하기 최적 밸리 오브 파이어를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는 아무래도 봄과 가을, 혹은 초겨울이 아닐까.  5월이면 이미 한낮 더위가 90도를 넘나들고 7월, 8월이면 105도 이상이 흔하다. 11월, 12월, 1월의 최고기온은 55-60도 정도지만 최저 기온은 30도까지 내려 가기도 하니 계절에 따라 준비할 사항도 다르겠다.  불의 계곡의 하이킹 코스 역시 사전 답사를 잘 하면 두고 두고 가슴에 남게될 곳이 많다. 사암의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아치는 물론 웨이브 속에 들어 선 듯한 좁은 계곡, 곳곳에 남겨진 암각화들과 사람이 들어서도 될 만한 사암 바위들속의 작은 구멍들과 동굴들을 직접 경험하는 신기함이 있다. 약 72개 정도 되는 캠핑장은 선착순이고 최대 30일간 머물수 있다고 한다. RV주차도 가능하고 각각 45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단체를 위한 그룹 캠핑장도 3곳이 있는데 예약에 한하고 약간의 사용료와 야간 캠핑을 위해서만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사전에 잘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검색 valley of fire)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차를 타고 다니며 인증 샷만 남기는 것은 아예 가보지 않는 것 보다는 그나마 나을 수 있겠지만 특히 미국의 주립, 국립 공원들은 구석구석 숨겨진 트레일에서 만나는 뜻밖의 감동이 있다. 땀을 뻘뻘 흘리기도 하고 다리에 쥐가 날 만큼 걷고 또 걷고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혔다가 아예 터지고 뭉게져 피가 흐르기도 하면서 그늘에 앉아 백팩에 챙겨간 샌드위치나 김밥 한줄, 오이, 귤,  포도 몇알, 생수 한모금, 이런것들이 주는 청량감을 만끽하며 고된 하루를 마치고 나면 숙소에서 즐기는 휴식이 정말 꿀 맛이고 천국이다. 작지만 소소한 이런 행복함을 이번 서부여행의 목적지인 자이언 내셔널 국립 공원에서 다시한번 경험하리라 작정하니 마음은 벌써 자이언에 도착해 두근 두근 설렌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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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두번째 스토리 - 레드롹 캐년13마일 시닉 드라이브 사람과사회
      평생에 두 번은 안 올 고급 베가스 호텔에서 체크 아웃 했다. 수영장이니 헬스장, 골프장 등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았지만 하룻밤 자고 지나는 이번 여행에선 모두 생략하자 했다. 내심 다음번에 베가스에 다시 온다면 그땐 스트립을 벗어난 저렴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절약한 돈으로 웬만한 베가스 쇼나 고급 뷔페 식사를 하는 것이 알뜰하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그 때 가서 그 때 마음이다.  18마일 거리로30분 정도 동쪽으로 향했다. 목적지인 레드 롹 캐년이다. 스트립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215번을 타고 썸머린이라는 새로운 고급 주택가 동네를 지나면서159번을 만나 좌회전했다. 새로 주택을 구입해 이사했다는, 지난 밤 저녁 식사를 대접해준 친구 내외가 사는 동네가 바로 여기렸다. 태양이 높이 오르며 지면의 온도도 같이 오르고 있었다. 아침저녁은 선선해도 한 낮의 베가스는 한결같이 뜨겁다. 주택가를 벗어나자 마자 푸른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그러나 캘리 사람에겐 낯익은 메마른 벌판이 나타났고 멀찌감치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좌슈아 트리가 서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초록이 삭제된 베가스의 하늘과 땅은 눈이 마르도록 시어왔다. 오른편으로 레드롹 캐년 입구가 나타났다. 지난 해 남편이 62세가 되면서 80불에 구입한 아메리카 더 뷰티플 시니어 평생 패스를 보여줬다. 아이디를 보고 얼굴을 보며 제법 꼼꼼히 체크한다. 나중에 혼자서 오게 되면 나도 따로 구입해야 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웃음이 났다. 누가 가고 누가 남을지, 그 순서를 어찌 안단 말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마지막 사람이 될거라 착각하며 사나보다.   비지터 센터 입구를 놓쳤다. 레드롹캐년의 13마일 시닉 드라이브는 일방 통행이다. 여행지의 사전 정보를 위해서 제일 먼저 들릴 곳이 비지터 센터인데 딴청 부리다 놓친거다. 두어 번 와 본 곳이면서도 처음 방문 하는 사람들 처럼 어설프다. 눈앞에 풍광이 펼쳐 지면서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펜더믹의 끝은 여전해서 여행자들은 뜨믄뜨믄 눈에 들어올 뿐이다.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길을 따라 가니 오른편으로 보였다 왼편으로 보였다 하며 붉은 산줄기가 밀당을 한다.  시닉 포인트 첫번째 주차장이 오른쪽으로 나타났다. 화장실도 있고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한 걸 보니 반드시 멈춰야 할 곳이다. 차안에서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조금은 걸을 요량이었다. 하이킹 스틱도 챙기고 썬바이저와 자켓도 걸쳤다. 햇빛이 강해지니 맨살로 나섰다간 그대로 타버릴 것 같아서 이럴땐 오히려 긴소매를 입고 땀을 내는게 좋을 듯 했다. 칼리코I 과 칼리코 II 스톱이다. 마주하고 선 거대한 붉은 산줄기… 레드롹 캐년의 가장 대표적인 시닉 포인트이며 붉은 바위(레드롹)와 여행자가 하나되기에 가장 손쉬운 장소이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잠깐 걸으니 산은 더 높아지고 더 가까와 졌다. 몇 몇 젊은 이들이 이모양 저모양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도 근처를 서성이며 서로 찍어 줬다. 애들 처럼 바위위에서 폴짝 뛰어보기도 했지만 순간포착은 실패했다. 10센티미터도 떠오르지 않더란다. 서글펐다.   바로 앞에 있는 큰 바위를 엉금엉금 기어올라 더 멀리 더 높이 있는 산을 뒤로하고 섰다. 뜨거운 햇살 만큼이나 붉고 붉은 바위에 올라서 붉은 바위를 배경으로 붉은 기억을 남기고자 했지만 핸펀 카메라로는 그 어마어마한 깊이와 느낌을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은 그저 평면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 일대 하이킹 코스를 하나 둘 밟으며 걷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따로 있었기에 미련만 잔뜩 남겨두고 다음 스톱으로 향했다.  구글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국립 보호지역이며 약 2십만 에이커로 넓은 평원에 우뚝우뚝 서있는 사암 절벽 사이와 평원을 누벼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다양한 하이킹과 바이킹 코스를  즐길수 있다. 곳곳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고 13마일 시닉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곁길로 난 비포장 길로 빠져 다양한 모험을 해 볼 수도 있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마침 자전거 한대가 바람과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평원과 산과 하늘에 어우려져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내겐 해당사항이 일도 없지만 암벽 등반도 가능 하단다. 아. 왜 이케 슬픈건지. 좀 더 와일드한 여행이 필요하다면 SUV를 타고 일대를  관광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어느 곳을 향해 서는가에 따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아즈텍 사암의 산들은 회색빛이었다가 붉은 빛이 었다가 푸른 빛이기도 했고 때론 보라빛이기도 했다. 모래속의 철분이 산화 되면서 붉은 빛이 드러났고 바람과 비에 오래토록 시달리며 암석화 되었다는데 무려 3천 피트 높이다. 억만년의 진화론 이야기까지는 믿는 바가 다르니 잘 모르겠으나 모래산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사암이 되어버리는 동안 이 땅을 밟고 살았던 수많은 영혼들, 그들이 남긴 아픔과 절망, 열정과 사랑, 그 삶의 흔적에 막연한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절반을 좀 지나면서 오른편에 높이 솟은 봉우리가 보였다. 이지역 최고봉이렸다. 4천771피트 (1,445미터)높이의 하이포인트 오버룩이라 표기 되있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이 땅은 어떤 모습일까.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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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첫번째 스토리 - 사막에서 만나는 Hoodoo와 라스베가스 사람과사회
      엘에이 근거리 대표 여행지를 손꼽으라 하면 단연코 샌디에고와 라스베가스다. 라스베가스는 우리 한인들이 미국 서부 여행지중 가장 선호 하는 곳을 꼽을 경우 반드시 들어간다. 인근에 브라이스 캐년이나 그랜드캐년이 목적지일 경우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다.  라스베가스를 목적으로 여행가는 경우는 그동안 필자에겐 없었다. 이번에도 지나는 길에 들려보는 일정이다. 다만 최근 오랜 친구 내외가 1년 계획으로 이사갔다가 아예 눌러 앉아 3년째 살고 있기에 이번에 한번 만나기로 약속했다.  14개월간의 팬더믹은 24시간 시끄럽고 화려한 라스베가스 조차 잠잠케 만들었다는 소식이 있었던 바, 호기심 충만으로 저녁나절 라스베가스에 도착해 하루 묵을 예정으로 느긋하게 출발했다. 주중이라 약 4시간 남짓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빅토빌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열나므대의 소방차와 하이웨이 패트롤 차량이 길을 막고 서서 무려 7시간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큰 사고인 듯 했다.  캘리와 네바다 주경계를 만나기 조금 전 모하비 사막 왼쪽으로 눈부신 발광체가 크게 들어왔다. 2010년에 착공해서 2014년에 완공된 약 3,500에이커의 당시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이반파솔라파워 퍼실리티다. 무려 173,500개의 태양열 콜렉터가 있고 천연개스와 태양광이 동력으로 사용된다.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는 곳이나 사막 한가운데 작은 인간들이 이루어낸 어마어마한 업적을 보는것이 새로왔다. 인간과 자연을 대비시킨 쎄븐매직마운틴 베가스 도착 전 약 25분 지근거리 10마일 남쪽에 알록달록한 후두(Hoodoo:탑 모양의 길쭉한 바위나 암석)가 눈에 들어왔다. 세븐매직마운틴이라 불리우는 조형물이다. 일곱개 후두는 각양의 원색바위가 서너개씩 포개져 30-35피트 높이로 균형있게 세워져 있었고 마침 채색을 다시하는듯 울타리를 쳐놓은 채 작업중이었다. 대형 조형물 작가인 우고 론다이논(스위스, 1964~ )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작가로 오년전인 2016년 5월11일, 2년 전시계획으로 이 조형물을 세웠지만 워낙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말까지 연장 전시되고 있다. 사막에 존재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하는 듯 했다. 관심이 있다면 서둘러 볼 일이다. 저렴한 호텔비용, 한가로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호텔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카지노 단골들에게는 호텔 크레딧은 물론 호텔을 아예 무료제공하거나 수십 퍼센트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그런 연고가 전혀 없는 관계로 순전히 소셜미디어 스페셜을 뒤져야 했다. 베가스 스트립을 벗어난 호텔들은 1박에 29불부터 시작한다. 오랜만인 고로 오성 호텔을 뒤졌더니 W모 호텔이 평소보다 4분의 1가격으로 가능했다. 호텔은 골프장과 사막이 내려다 보이는 파노라믹 뷰였다. 우선 짐을 풀고 먼저 와있던 친구내외와 우리보다 하루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내외를 만나 그들이 이끄는대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베가스는 정말 조용했다. 시끄러운 음악도 스트립 전체를 꽉 막고 섰던 차량들도 거리를 휘집던 인파도, 각종 볼거리들로 북적였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화려한 불빛들이 번쩍이며 우리 눈을 끌어 당길 뿐이었다. 그래도 요즘엔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낮은 세율로 한인은퇴자들 증가 추세 저녁식사 시간을 많이 넘긴터라 늦게까지 영업하는 한식당을 찾았다. 한인들이 정말 많아 졌다더니 과연 그러했다. 곳곳에 한인 간판과 비지니스 이름들이 즐비했으며 중국인 사업체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카지노 딜러이거나 관광사업, 혹은 요식업에 좋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한인을 비롯 은퇴연령층의 아시안 인구 증가가 눈에 뜨인다. 친구 내외 역시 주세금이나 카운티 세금, 부동산 재산세가 캘리에 비해 아예 없거나 워낙 낮을뿐더러 스트립을 벗어난 주택가의 삶은 의외로 풍성하단다. 주택 가격도 캘리의 절반 정도면 번듯하고 과거와 달리 한인 마켓도 두세개나 들어와 있어서 더이상 엘에이가 그립지 않다 하니, 은퇴후의 삶을 살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치게 그리울 땐 겨우 4-5시간 거리이니 불쑥 길 떠나기에도 만만한 거리이고 말이다.  엘에이 웬만한 식당보다 질좋고 맛좋고 가격까지 착한 소고기 숯불구이로 저녁을 먹고 아침 일찍 브런치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좋은 친구들이란 언제봐도 부담없는 사람들 아닌가? 내일은 친구들과 헤어진 뒤 레드롹 스테이트 파크를 목표로 삼았다.태양광 발전소 : 2010년 착공, 2014년에 완공된 약 3,500에이커의 당시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이반파솔라파워 퍼실리티다. 무려 173,500개의 태양열 콜렉터가 있고 천연개스와 태양광이 동력으로 사용된다Hoodoo Art : 세븐매직마운틴이라 불리우는 조형물이다. 일곱개 후두는 각양의 원색바위가 서너개씩 포개져 30-35피트 높이로 균형있게 세워져 있었고 마침 채색을 다시하는듯 울타리를 쳐놓은 채 작업중이었다. 2021년 말까지 전시 예정이다. Las Vegas Strip : 팬더믹 속 베가스는 정말 조용했다. 시끄러운 음악도 스트립 전체를 꽉 막고 섰던 차량들도 거리를 휘집던 인파도, 각종 볼거리들로 북적였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화려한 불빛들이 번쩍이며 우리 눈을 끌어 당길 뿐이었다.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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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서부 해안의 낭만과 멋, 그리고 여유가 담긴 ‘캠브리아’ 사람과사회
      “피스칼리니 랜치로 내려왔다. 본래 이 지역은 부동산 개발자들에 의해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뻔했다. 주민들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여 연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피스칼리니 랜치는 공공의 소유물로 남게되어 지금의 모습이다”   지난 일 년 동안 집콕 방콕으로 한껏 움츠러들었다. 백신이 어느 정도 공급되고 있는 요즘, 아침 저녁 바람은 선선해도 봄은 완연하다. 허리도 펴고 마음도 펼쳐보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 볼 일이다. 멀리 갈 수 없다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여행지다.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남과 북 어디를 향해 떠나도 전 세계 관광객들이 꿈에도 그릴 ‘미국서부지역 여행!’. 이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동네라니! 창간호 첫 여행지로 지난달 다녀온 중가주 작은 해안 마을 ‘캠브리아’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로컬 매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캠브리아. 저녁을 먹으며 선셋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은연중 늑장 부린 출발이었다. 이번 만큼은 “책 한 권 달랑 들고 가는 휴식을 위한 여행”을 작정했다. 한 낮의 프리웨이는 여유로왔다. 캘리의 악명높은 교통체증은 흔적도 없고 도심을 벗어나니 푸른 하늘아래 쭈욱 펼쳐진 벌판위에 길게 드러누운 프리웨이는 집안에 묶여있던 답답함을 단번에 풀어주었다. 지난해 화려했던 야생화를 떠올리며 눈을 돌려 찾았지만 봄은 아직 오고 있는 중 인듯 엷은 초록만 가득했다. 눈에 뜨이는 곳곳이 모두 유혹이 되었다. 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곳 어바인에서 405번을 타니 헌팅턴비치, 롱비치, 산타모니카 비치가 연달아 나타나고 그럴때 마다 내려서 둘고 보고 싶었다. 산타바바라와 솔뱅,  피스모비치를 지날땐 젊은 시절 아이들과 바삐 들렀었던 기억이 떠올라 다음번엔 꼭 이곳을 목적으로 다시 오고자 마음 먹었다. 특히 피스모에서 조개를 잡고 ATV를 타다 죽을 뻔했던 기억에선 혼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기아 바꿀줄을 몰랐기에 언덕을 오르다 ATV가 뒤집어 지면서 생긴 불상사였다. 며칠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얼굴과 가슴에 타박상으로 멍이 심해서 한동안 폭력가정의 오해를 받기도 했었다.   푸른 둔덕과 평원의 연속인 세인 루이스 오비스포를 지나면서 하이웨이 1으로 바꿔타고 나니 다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덧 태양은 정점을 지나 서쪽 바다로 기울기 시작했고 윈저블러버드에서 내려 문스톤비치 드라이브로 방향을 꺽으니 바람결을 따라 드러누운 해송이 한 두 그루씩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문스톤비치는 캠브리아의 중심을 이룬다. 아래로는 여러 개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는 피스칼리니 랜치가 있고 북쪽으로는 레핑웰랜딩 공원이 있으며 2마일 정도 해안길 동쪽에는 중소형 호텔과 랜치들이 십여 곳, 독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들이 너댓개 있고 이차선 길을 건너면 해안선과 평행으로 보드워크트레일이 있어서 아침 저녁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 몇 장 펼쳐 읽기에 최적이다. 황홀한 석양이 매혹적인 곳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 하고 짐을 풀고나니 태양은 하루일과를 정리하듯 금빛을 머금기 시작했고 우린 서둘러 방을 빠져 나와 길을 건넜다. 보드워크는 잘 짜여져 있었고 시간이 이미 오랜듯 자연과도 잘 어우러져 있었다. 트레일을 따라 노란 야생화들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피었고 사이사이 풀잎 틈새를 다람쥐며 도마뱀, 토끼들이 뛰어다닌다. 펜대믹으로 여행객들이 대폭 줄기도 했으려니와, 이 작은 마을은 어차피 한가할 주 중이었다. 이렇게 한적할 줄 알았으면 바닷가가 바로 내다보이는 이층 방으로 예약을 할 걸 아쉬웠다. 옮기려니 바다가 보이는 방들은 주중이어도 이미 예약 만료다. 산이든 바다든 어느 곳을 여행해도 일몰과 일출은 반드시 보려는 편이다. 때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스톤비치 쪽으로 걸으면서 석양을 기다렸다. 구름없는 맑은 하늘에서 푸른 바다 속으로 숨어드는 캠브리아의 석양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았고 황홀한 황금 햇살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이야기 소리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청량했다. 캠브리아의 첫날 저녁은 그렇게 내려 앉았고 우린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쪽 내지 쪽에서 간단하게 첫날 저녁을 먹기로 했다. 팬더믹으로 식당들은 포장(carry out only)만 가능했다. 7시에 문을 닫았다. 10분 전 도착한 우린 마지막 손님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열어젖힌 루프탑(rooftop) 위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까지 더해져 여행지의 설렘을 사뭇 더했다. 캠브리아의 둘째 날 아침엔 일찍 눈이 떠졌다. 기온차가 큰 해안가라 그런지 대부분 호텔에 갖추어진 벽난로 덕분에 약간은 건조했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숙면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푸르스름한 기운이 가득한 창밖을 내다보다 바다가 궁금해서 보드워크를 걷자 나셨다. 이번엔 북쪽 레핑웰 랜딩 쪽으로 향했다. 파도소리 속 맛점  바다는 끊임없이 하늘과 구름의 빛깔을 품으며 시시각각 변해가고 우린 순간순간 탄성과 함께 앞서거니 뒷 서거니 서로 사진을 찍으면서 북쪽을 향해 걸었다. 뜨믄뜨믄 오가는 차량과 새벽을 걸으러 나선 여행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드워크를 벗어나 파도 가까이 바위로 내려갔다. 인적이 드물고 물 빠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뜻밖의 소리에 놀라 도망가려는 작은 게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동편 하늘 묘한 구름에 덮혀 새벽이 덜 들어선 바위 위에 언뜻 밝은 빛이 있다. 살펴보니 야광 초록빛을 발하는 말미잘 군락이 크고 작은 웅덩이 속에 펼쳐져 있었다. 크기도 제각각에 물결에 따라 살랑이는 촉수가 예뻤다. 부드러워 보였지만 만져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쌀쌀한 새벽공기에 두툼한 자켓을 덧입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챙겨 나오길 잘했다 싶었지만 태양이 높아지고 구름이 얇아지면서 곧 짐이 되어 점심 무렵 돌아오는 길엔 아예 내버리고 싶었다. 사는 일이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는 삶 말이다. 간사함에 웃음이 났다.  아침을 대충 건넜기에 상당히 배가 고파진 우린 호텔 근처 야외를 잘 꾸며 놓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늘과 버터에 익힌 새우요리(Shrimp Scampi)와 얇게저며 튀긴 양파를 얹은 치킨 시저드 샐러드에 시원한 아이스티는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더불어 오전 내 땀 흘린 더위를 단번에 앗아갔다.  코리리 물범 서식지 호텔로 돌아가 잠시 쉬기로 했다. 오전부터 서쪽 바다에서 몰려오던 밀키한 구름이 점점 짙은 안개가 되어 해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페이스북에 캠브리아 여행 포스팅을 올렸더니 몇몇 페친들이 캠브리아를 다녀갔다며 칭찬 일색이다. 반드시 가 볼 곳 추천에 피스칼리니 랜치 트레일을 손꼽는다. 오늘의 일몰맞이를 그곳에서 하기로 하고 아직은 여유 있음에 차를 몰고 북쪽으로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15마일 북쪽의 피에드라스 블랑카스 등대와 그 길목에 있는 코끼리 물범(Elephant Seal) 서식처. 코끼리 물범 서식처는 남가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물개 서식처에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넓었다. 연중 무려 1만7000여 마리의 코끼리물범들이 오고 간다. 숫컷의 무게가 무려 5천 톤에 이르기도 한다니 직접 확인 하기 전에는 상상불가다.  이곳에서 짝을 찾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때가 되면 훌훌 떠난다. 죽은 듯 꼼짝없이 누워 간혹 지느러미 같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모래를 일으켜 온몸에 뿌리며 일광욕을 한다. 평소 같으면 수 백명씩 모여들었을 이곳, 오늘은 스무명 남짓 관광객들 사이에 끼어 원없이 물범들을 관찰했다.  고즈넉한 하얀 바위 등대 등대로 향했다. 1874년 착공되어 1875년 첫 빛을 발하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10초마다 한 번씩 불빛을 비춘다. 지금은 히스토리컬 지역으로 분류되어 예약된 관광객들의 튜어를 제공한다. 마침 코비드로 인해 우린 튜어 기회를 놓쳤고 북쪽으로 연결된 트레일을 걸어 들어가 멀찌감치 사진찍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유난히 바위들이 즐비해 서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암석을 경고하는 등대다. 피에드라스 블랑카스는 하얀 바위라는 뜻이다.  피스칼리니 랜치로 내려왔다. 본래 이 지역은 부동산 개발자들에 의해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뻔했다. 주민들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여 연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피스칼리니 랜치는 공공의 소유물로 남게되어 지금의 모습이다.  안개가 얼마나 짙어지는지 아직 낮인데도 태양의 위치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석양을 만나기는 이미 틀렸고 정막만이 흐르는 이 트레일을 우리끼리 걸어도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용기를 내기로 했다. 바람도 점점 거세져서 옷깃을 여미고 모자가 날아갈까 스카프를 덮어 묶었다. 피스칼리니 랜치 주변에는 주택가를 넘나들거나 해안가를 따르거나 아니면 언덕 방향으로 이어지는 여러개의 트레일이 있다. 우린 해안가 트레일을 선택했고 그 후로도 두 번의 선택을 했어야 했다. 서클로 연결된 트레일이 3개로 가장 긴 트레일을 택해 걸어도 2마일이 채 안된다. 바람과 어둠이 염려되어 가장 짧게 가고자 했으나 조금 더 걷고 싶은 호기심에 두번째 트레일을 선택했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땅인지 또 어디가 하늘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발끝만 보며 어슴프레 보이는 동네 불빛을 따라 행여 바람에 날릴까 움츠려 걸었다. 바람 부는 바닷가 절벽 위 벌판에 크레인 한 마리가 안개 속에 흰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  아직 7시도 안된 시간이었고 아쉬웠지만 저녁식사를 위해 작은 읍내로 향했다. 국적모를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이었고 관광객들이 다 모인듯 몹시 북적였다. 그곳에서 처음 우리를 제외한 아시안을 만났다. 레스토랑 매니저였다. 그러고 보니 백인 일색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책을 펼쳤다. 정말 휴식을 위한 여행이다. 아무 계획도 없이 애씀없이 이제 뭐 할까 그냥 여기 잠깐 앉자 하며 천천히 움직였으니 말이다.  체크 아웃 하는 이른 아침, 새벽 바다가 아까와서 다시 걸었다. 작은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브런치를 하고 서둘러 내려가면서 모로베이와 아빌라 비치에 들릴까 하던 생각은 문스톤비치 뒤쪽에 보드워크를 보자마자 마음이 변해서 길가에 차를 세운채 노란 야생화가 가득 덮힌 봄길을 마음만 나비처럼 걷다가 결국 어제 밤, 아쉬웠던 피스칼리니 랜치 트레일을 다시 가보기로 했다.   잘한 결정이었다. 어제밤엔 안개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나뭇가지로 만든 이곳의 명물 벤치들마다 앉아보고 절벽끝에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랜치를 가운데 두고 북쪽과 남쪽에는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지은 집들이 바다를 향해 크고 작은 창문을 낸채 어우러져있었다. 피스칼리니 랜치를 공공의 장소로 남겨두려 수고한 이곳 주민들이 참으로 고마왔다. 이박삼일 책한권만 달랑 들고 떠난 이번 여행은 책은 몇장 읽지 못했지만 추억이라는 마음의 책에 수많은 기록을 남기고 돌아온 참 힐링의 시간이었다.    캠브리아는 인구 6천여명의 바닷가 조용하고 예쁜 마을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이삼일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강추. 1860년경 스페인 계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고 1880년 대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우유와 치즈 공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농장과 광산이 발전해 가던 샌프란시스코나 샌시미온 지역으로 대량의 우유과 치즈를  배와 마차로 공급했다고 한다.  캠브리아는 허스트캐슬이나, 산 루이스 오비스포가 목적일 때 혹은 그보다 훨씬 북쪽인 빅서를 하이웨이 1을 따라 향해 갈때 그저 쓰윽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흔한 서해안 바닷가 동네로 여길 만하다.  오렌지카운티에서 5번 프리웨이로 떠나면 약 4시간 30여분, 280여 마일, 405번 프리웨이에서 101번을 타고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1번으로 빠지는 길을 선택하면 십여마일을 줄일 수 있다. 캠브리아(Cambria, CA)에 관한 자세한 여행정보는 스마트폰에서 캘리포니아 캠브리아 앱을 다운 받으면 가능하다.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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