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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네번째 스토리 – 자이온 국립공원, 유타 (1)

작성자 : 사람과사회 작성일 :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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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온 국립공원은 라스베가스에서 약 2시간 40여분 동북쪽에 위치한다. 인근에서 가장 큰 시내라고 할 수 있는 세인트 조지에서 15번프리웨이를 따라 가다가 9번으로 빠져 동쪽으로 43마일 거리에 있고 유타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으로, 매년 전세계에서 평균 450만 명의 방문객이 한다. 이 공원은 남쪽 끝에 있는 자이온 캐년을 중심으로 세월과 함께 버진 리버가 만들어낸 멋진 모놀리스 바위와 침식된 협곡 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벌써 십여차례 돌아다닌 서부 여행이지만 그때 마다 베가스에서 후버 댐,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그랜드 캐년을 한꺼번에 찾았다. 그러나 이번엔 모두 생략하고 자이온캐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그만큼 자이언캐년은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수년 전 아들 내외와 함께 서부여행 중에 이곳을 방문했을 떄 기억이 또렸하다. 당시 첫아기를 임신한 며늘아이와 함께 였기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언제 또 같이 오랴 싶어서 무리했던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고맙게도 며늘아이는 입덧이 심했음에도 잘 버텨주었고 지금도 그 떄 이야기를 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고생한 만큼 추억이 되기도 한다. 


 베가스에서 밸리 오브 파이어를 거쳐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15번을 거쳐 9번을 접어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와졌다. 브라이스캐년이나 그랜드 캐년의 붉은 암벽들과는 다르게 온통 초록으로 가득했다. 9번길은 이 지역의 젖줄인 버진리버를 따라 이어진다.  물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긴밀한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만큼 버진리버 주변으로 사람들의 흔적이 이어지고 울창하고 푸른 나무숲도 계속 된다. 멀리 보이는 붉거나 희거나 잿빛인 암벽들 틈새로 푸르게 피어난 나무들이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탄성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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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차를 세우고 싶었지만 노을 전에 숙소가 있는 스프링대일에 도착해야 겠기에 참고 또 참았다. 루프탑을 제끼고 모자위로 머플러를 둘러싼 채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연신 풍광을 찍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볼 떄 마다 주변 친구들 얼굴이, 동료들과 가족들 얼굴이 떠오른다. 이렇게 좋은곳을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감탄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감사할 수 있다면 두고 두고 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것 같아서다. 그러다 옆을 보니 동행이 있다. 이번엔 지금 없는 사람들 빼고 우리 둘이서 그런 시간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조금 미안했고 이번에도 예외없이 도가 넘은 오지랍이라 자책했다. 


 그러고 보니 자이언캐년을 9번 길로 온 경우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 이 길로 집에 돌아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말이다. 어쩐지 처음 와 본 길 인양 새롭고 신기했다. 늘 다니던 길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로 돌아오는가에 따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 이번 자이온 캐년 여행은 마치 처음 하는 여행인 양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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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얗던 태양이 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자이언국립공원의 남쪽 입구인 스프링대일에 도착했다. 숙소도 그곳에 잡았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숙소 가격에 비하면 좀 높은 가격이었지만 팬더믹의 위험을 생각해서 어느정도 규모 있는 곳을 찾다보니 결국 이 곳을 찾게 됐다. 그리고 곧 우리는 몇 십불 더 지불한 만큼 톡톡히 좋은 풍광을 즐기게 됐음에 완전 만족했다.


 숙소는 만족스러웠다. 오래전에 지어진 곳이어서인지 방도 널찍했고 앞뒤로 출입구가 있어서 상쾌한 바람을 종일 즐길 수 있었으며 몇 십 걸음만 걸으면 버진 리버 물가로 나가 앉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숙소 사무실과 연결돼있는 레스토랑이 좋았다. 체크인 하는 동안 나는 레스토랑 메뉴를 확인하러 리셉션 에리어를 기웃거리다가 홀을 가로질러 반대편 창가 쪽에 금빛 햇살을 발견하고 따라나섰다. 와우. 저무는 햇살이 잔디 저편에 서있는 바위의 꼭대기를 비추며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한동안 서서 꼼짝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오늘 길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길 정말 잘했다. 


 다른 곳은 알아볼 필요도 없이 식사예약을 하고 서둘러 방을 찾아 짐을 풀고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 햇살이 약간 떠나긴 했지만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앉게 됐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사진부터 찍었다. 청량했다. 여행의 참 맛이 이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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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부터 시작해야 할 하이킹을 염려해서 간단하게 먹고자 했다. 역사가 깊은 이 레스토랑은 부부가 운영하면서 메뉴도 직접 관리한다고 웨이터가 알려준다. 친근감이 들었다. 이곳에서 며칠 묵으며 자이온캐년을 돌아다닐 생각에 우리들의 이야기는 깊어졌고 어느덧 황금 햇살대신 코발트 빛 어둠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으로 작은 전구들이 켜졌다. 멀찌감치 사슴 가족들이 저녁먹으러 나와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걷는다. 사람들의 들뜬 이야기 소리도 어둠과 함께 잦아들었고 우린 숙소로 돌아와 내일 스케쥴을 확인하기로 했다. 


 자이온 캐년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경관으로는 자이온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2,200피트 높이의 그레이트 화이트 트론, 코트 오브 패트리아크, 앤젤스 랜딩, 그리고 공원의 남쪽입구를 파수꾼처럼 지키고 서있는 웅장한 바위벽, 워치맨을 들 수 있다. 또 반드시 거쳐야 할 하이킹 코스 세 곳을 들라하면 어퍼, 미들, 혹은 로우어로 구분되는 에머럴드 풀 트레일이 있고, 가장 짧은 코스인 위핑롹 트레일, 그리고 뺴놓을 수 없는 리버사이드 트레일이 있다. 리버사이드 트레일은 자이온 캐년에서 가장 유명한 내로우 트레일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자이언 캐년을 2000년도 이전에 방문 했을 때는  차로 직접 운전하며 공원 전체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2000년 5월부터 성수기 동안 6.5마일의 자이온 캐년 시닉 드라이브의 차량입장을 금지하게 됐고 방문객 수송을 위해 셔틀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셔틀은  남쪽 입구가  있는 스프링데일 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것은  1970 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노력의 결과였다.  좁은 협곡을 따라 만들어진 시닉 드라이브는 넘쳐나는 차량으로 혼잡해졌고 400여대 주차공간으로 하루 수천명의 방문객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한 방문객들 사이의 주차전쟁과 자연공간까지 침범하는 불법 주차는 자연 환경을 침해했고 방문자들 서로를 불쾌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계획한지 30여년 만에 완성된 셔틀 시스템은 차량 혼잡 문제를 시정했고 방문객들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공원 방문의 자연에 대한 악영향을 충분히 완화시켰을 뿐더러 성수기 기간동안 공원 내 공해와 소음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자이온 캐년  방문은 팬더믹 제한이 여전하던 5월 중순이었다. 아직 성수기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셔틀이 운행 중이었고 내일 셔틀 타는 허가증을 받으려면 오늘 5시 이후에 온라인 예약을 해야했다. 만약 예약을 하지 못 할 경우, 6.5마일의 시닉 드라이브를 걷거나 배우다 포기한  자전거를 타야만 한다. 다행이 예약이 됐다. 그러나 새벽 이른 시간은 불가능 해서 아침 9시 출발하는 셔틀이다. 하이킹은 새벽부터 시작해야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데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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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일찍 일어나 하이킹 때 필요한 간식을 장만했다. 오이와 포도, 귤, 피넛버터와 젤리 샌드위치, 사탕 몇 알, 물 2병씩 각각의 백팩에 나눠 담았다. 오늘 스케쥴은 셔틀을 타고 제일 먼 곳인 템블오브 시나와바에서 내려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하이킹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한 방문객들로 몇 백미터 떨어진 입구까지 차량 체증이 심했다.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 젊은 이들은 내로우 오브 버진리버 트레일을 일부라도 하이킹한다. 이 트레일은 약 9.5마일로 왕복 19마일이며 말 그대로 물을 건너 계곡을 지나 하염없이 걸어야 한다. 계절에 따라 또 장소에 따라 물의 깊이가 사람 키를 넘기도 하고 때론 발목에 찰랑거리기도 하면서 꼬불꼬불 자갈과 흙길을 걷게 된다. 협곡의 폭은 수 십 미터일 경우도 있고 곳에 따라 양손을 펼치면 맞닿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번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따라 내로우 협곡을 찾았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19마일 왕복을 시도 해본적은 없다. 마음은 원이로되 우리 체력, 아니 내 체력으로 이틀정도는  캠프 아웃해야 할 듯해서 마음먹지 못한 채 자꾸 나이만 먹었다. 젊은이들은 당일로 혹은 며칠씩 작정하고 더 멀리 하이킹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비해 더 젊어지지 않은 나는 젊은이들과 어울려 처음 몇 백 미터를 걷다가 발목이 잘려 나가는 듯 차가운 물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아쉽게 포기했다. 애초 계획한 바 없으니... 위로 하면서 말이다.  왕복 일 킬로 정도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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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로우 협곡 하이킹을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살폈다.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저마다 낚시할 때 입는 오버롤 방수복과 독특하게 생긴 신발, 그리고 나무막대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나인지라, 그들에게 물어보니 스프링대일 근처 스토어나 자이온 캐년 비지터 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공 되지 않았던 것인데 새로운 정보다. 방수복과 방수신이 차가운 물에서 몸을 보호하고 나무 막대기 역시 물속 자갈길의 깊이를 측정하며 안전하게 걸어 갈 수 있는 도구가 되겠다. 앞으로 내겐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다음번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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