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사의 느리게보는세상] 미서부 여행 두번째 스토리 - 레드롹 캐년13마일 시닉 드라이브
페이지 정보
본문
베가스에서 동쪽으로 18마일 하이킹과 바이킹 코스가 매력적인
평생에 두 번은 안 올 고급 베가스 호텔에서 체크 아웃 했다. 수영장이니 헬스장, 골프장 등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았지만 하룻밤 자고 지나는 이번 여행에선 모두 생략하자 했다. 내심 다음번에 베가스에 다시 온다면 그땐 스트립을 벗어난 저렴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절약한 돈으로 웬만한 베가스 쇼나 고급 뷔페 식사를 하는 것이 알뜰하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그 때 가서 그 때 마음이다.
18마일 거리로30분 정도 동쪽으로 향했다. 목적지인 레드 롹 캐년이다. 스트립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215번을 타고 썸머린이라는 새로운 고급 주택가 동네를 지나면서159번을 만나 좌회전했다. 새로 주택을 구입해 이사했다는, 지난 밤 저녁 식사를 대접해준 친구 내외가 사는 동네가 바로 여기렸다. 태양이 높이 오르며 지면의 온도도 같이 오르고 있었다. 아침저녁은 선선해도 한 낮의 베가스는 한결같이 뜨겁다.
주택가를 벗어나자 마자 푸른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그러나 캘리 사람에겐 낯익은 메마른 벌판이 나타났고 멀찌감치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좌슈아 트리가 서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초록이 삭제된 베가스의 하늘과 땅은 눈이 마르도록 시어왔다. 오른편으로 레드롹 캐년 입구가 나타났다. 지난 해 남편이 62세가 되면서 80불에 구입한 아메리카 더 뷰티플 시니어 평생 패스를 보여줬다. 아이디를 보고 얼굴을 보며 제법 꼼꼼히 체크한다. 나중에 혼자서 오게 되면 나도 따로 구입해야 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웃음이 났다. 누가 가고 누가 남을지, 그 순서를 어찌 안단 말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마지막 사람이 될거라 착각하며 사나보다.
비지터 센터 입구를 놓쳤다. 레드롹캐년의 13마일 시닉 드라이브는 일방 통행이다. 여행지의 사전 정보를 위해서 제일 먼저 들릴 곳이 비지터 센터인데 딴청 부리다 놓친거다. 두어 번 와 본 곳이면서도 처음 방문 하는 사람들 처럼 어설프다. 눈앞에 풍광이 펼쳐 지면서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펜더믹의 끝은 여전해서 여행자들은 뜨믄뜨믄 눈에 들어올 뿐이다.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길을 따라 가니 오른편으로 보였다 왼편으로 보였다 하며 붉은 산줄기가 밀당을 한다.
시닉 포인트 첫번째 주차장이 오른쪽으로 나타났다. 화장실도 있고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한 걸 보니 반드시 멈춰야 할 곳이다. 차안에서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조금은 걸을 요량이었다. 하이킹 스틱도 챙기고 썬바이저와 자켓도 걸쳤다. 햇빛이 강해지니 맨살로 나섰다간 그대로 타버릴 것 같아서 이럴땐 오히려 긴소매를 입고 땀을 내는게 좋을 듯 했다.
칼리코I 과 칼리코 II 스톱이다. 마주하고 선 거대한 붉은 산줄기… 레드롹 캐년의 가장 대표적인 시닉 포인트이며 붉은 바위(레드롹)와 여행자가 하나되기에 가장 손쉬운 장소이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잠깐 걸으니 산은 더 높아지고 더 가까와 졌다. 몇 몇 젊은 이들이 이모양 저모양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도 근처를 서성이며 서로 찍어 줬다. 애들 처럼 바위위에서 폴짝 뛰어보기도 했지만 순간포착은 실패했다. 10센티미터도 떠오르지 않더란다. 서글펐다.
바로 앞에 있는 큰 바위를 엉금엉금 기어올라 더 멀리 더 높이 있는 산을 뒤로하고 섰다. 뜨거운 햇살 만큼이나 붉고 붉은 바위에 올라서 붉은 바위를 배경으로 붉은 기억을 남기고자 했지만 핸펀 카메라로는 그 어마어마한 깊이와 느낌을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은 그저 평면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 일대 하이킹 코스를 하나 둘 밟으며 걷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따로 있었기에 미련만 잔뜩 남겨두고 다음 스톱으로 향했다.
구글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국립 보호지역이며 약 2십만 에이커로 넓은 평원에 우뚝우뚝 서있는 사암 절벽 사이와 평원을 누벼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다양한 하이킹과 바이킹 코스를 즐길수 있다. 곳곳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고 13마일 시닉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곁길로 난 비포장 길로 빠져 다양한 모험을 해 볼 수도 있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마침 자전거 한대가 바람과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평원과 산과 하늘에 어우려져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내겐 해당사항이 일도 없지만 암벽 등반도 가능 하단다. 아. 왜 이케 슬픈건지. 좀 더 와일드한 여행이 필요하다면 SUV를 타고 일대를 관광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어느 곳을 향해 서는가에 따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아즈텍 사암의 산들은 회색빛이었다가 붉은 빛이 었다가 푸른 빛이기도 했고 때론 보라빛이기도 했다. 모래속의 철분이 산화 되면서 붉은 빛이 드러났고 바람과 비에 오래토록 시달리며 암석화 되었다는데 무려 3천 피트 높이다. 억만년의 진화론 이야기까지는 믿는 바가 다르니 잘 모르겠으나 모래산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사암이 되어버리는 동안 이 땅을 밟고 살았던 수많은 영혼들, 그들이 남긴 아픔과 절망, 열정과 사랑, 그 삶의 흔적에 막연한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절반을 좀 지나면서 오른편에 높이 솟은 봉우리가 보였다. 이지역 최고봉이렸다. 4천771피트 (1,445미터)높이의 하이포인트 오버룩이라 표기 되있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이 땅은 어떤 모습일까.
- 이전글미서부 여행 세번째 스토리 –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 네바다 주 23.02.27
- 다음글미서부 여행 첫번째 스토리 - 사막에서 만나는 Hoodoo와 라스베가스 23.02.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